안녕하세요. 발치왕 이바다입니다.
이갈이 원인을 물으러 오시는 분보다 "자고 일어나면 턱이 아파요", "이가 너무 시려요" 하고 오시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여쭤보면 밤에 이를 갈고 계신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갈이 마우스피스를 인터넷에서 사서 끼고 계신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오늘은 저희 직원분께 실제로 이갈이 장치를 만들어 드리면서 찍은 영상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이갈이가 치아와 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장치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말랑말랑한 장치는 왜 안 되는지, 치료는 어떤 순서로 하는지 영상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이를 갈면 치아가 갈리고, 턱 근육은 8시간 동안 일을 합니다

이갈이를 하면 첫 번째로 치아가 갈립니다. 두 번째로 턱관절 주변 근육이 아픕니다. 잘 때 8시간 동안 계속 근육이 일을 하는 셈이라 자고 일어나면 뻐근하고 아픈 겁니다. 꽉 씹을 때 힘이 들어가는 근육이 관자놀이와 볼 옆에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심해지면 두통이 오고 어깨까지 아프고 온몸이 무겁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를 갈아서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헛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데, 진짜 그럴 수 있습니다.
치아 쪽은 치경부 마모증과 교합면 마모가 생깁니다. 잇몸 가까운 치아 목 부분이 패이고, 씹는 면은 평평하게 갈립니다. 원래 뾰족해야 할 송곳니가 민자가 되어 있으면 이갈이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거울을 보고 아래턱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해 보세요. 위아래 치아가 만나는 부분이 다 갈려 있으면 이갈이가 심한 겁니다.
2. 이갈이 마우스피스는 이갈이를 없애는 게 아니라 내 치아를 지키는 것입니다

장치가 들어가면 두께가 있기 때문에 내가 꽉 씹고 싶어도 어느 정도 이상은 씹지 못합니다. 치아가 갈리는 대신 장치가 갈리기 때문에 내 치아를 보호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장치가 이갈이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이갈이를 없애려면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술을 줄이는 것처럼 원인 쪽을 건드려야 합니다.
치아가 갈리는 대신 장치가 갈립니다
착용은 거의 매일 끼는 것이 좋고, 매일 끼면서 점점 나아지면 2~3일에 한 번씩은 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보관할 때는 물에 넣어 두거나 젖은 휴지로 싸서 마르지 않게 두셔야 합니다.
재료 이야기도 잠깐 하면, 예전에는 레진으로 기공소에서 만든 장치를 입에 넣고 모든 치아가 균등하게 찍히는지 본 뒤 갈아내는 조정을 먼지 날리며 오래 했습니다. 요즘은 따뜻한 물에 넣었다가 입안에 넣으면 치열에 맞게 모양이 잡히고, 처음엔 말랑해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딱딱해지는 재료가 있어서 조정이 거의 필요 없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얼마 전부터 이 재료로 이갈이 장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3. 말랑말랑한 장치는 더 세게 물게 되고 치열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많이 팔리는 장치를 몇 개 사서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실리콘 재질이라 뜨거운 물에 넣어 모양을 잡으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딱딱해지지 않고 말랑말랑한 그대로입니다. 치아 위치가 어느 정도 고정되는 정도라서, 유일한 장점은 이 가는 소리가 좀 줄어 옆에서 자는 사람이 덜 괴롭다는 것입니다. 작게 나온 것은 작은 어금니까지만 물리고 큰 어금니는 닿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물렁물렁한 것을 물면 오히려 더 세게 물게 된다는 점입니다. 구강내과 교수님들은 이런 장치를 쓰면 안 되는 장치로 분류합니다. 치열이 틀어질 수 있고, 턱관절과 근육의 균형이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어서, 나중에 교정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효과를 보는 분도 물론 계시겠지만 100명 중 몇 명이라도 그런 부작용으로 일이 커진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권할 수가 없습니다. 운동할 때 치아 보호 목적으로 잠깐 끼는 것은 괜찮다고 봅니다. 잘 때 8시간씩 장기간 쓰는 것을 권하지 않는 것입니다.
장치는 위아래 치아가 균등하게 닿게 맞아야 합니다. 한 치아는 안 닿고 나머지만 닿으면 나중에 그 치아만 더 내려오거나 위치가 바뀝니다. 균등하게 맞는 장치를 써야 이갈이 후유증도 줄이고 턱관절 증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4. 찜질·마사지·베개는 해 될 게 없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것만 삼가세요

이갈이와 턱관절 증상은 만성이라 환자분들이 이것저것 다 해 보십니다. 밤에 반신욕, 따뜻한 찜질, 마사지, 베개 바꾸기, 필라테스, 한의원에서 침 맞기. 저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라면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승모근 운동이나 마사지를 하면 턱이 좀 나아진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것저것 해 보시고 본인에게 효과가 있는 것을 하시면 됩니다.
다만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비가역적인 것,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삼가셨으면 합니다. 베개나 찜질, 마사지는 나에게 해 될 것이 없지만, 말랑한 장치는 치열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갈이와 턱관절 질환이 치열에서 비롯되니 전체 교정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치열이 고르지 않아도 턱이 멀쩡한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보톡스, 장치, 마사지 같은 것부터 먼저 해 보고, 교정은 그다음에 생각할 일입니다.
5. 순서는 보톡스, 그다음 장치,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입니다

꽉 씹는 힘이 100이어야 하는데 이 근육이 과하게 발달한 분들은 200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아픈 겁니다. 보톡스로 그 힘을 좀 줄이면 잘 때 이를 가는 정도도 약해집니다. 저도 주기적으로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1번으로 보톡스를 권하고, 맞았는데도 너무 시리고 자고 일어나면 아프다 하시면 장치를 만들어 보고, 장치를 끼고는 도저히 못 자겠다 하시면 찜질·마사지 같은 다른 방법을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이갈이가 너무 심한 분은 장치 치료를 한번 해 보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톡스는 한 번 맞으면 6개월 정도는 다시 맞으면 안 됩니다. 내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없었다고 바로 다시 맞을 수 없으니, 미용 목적이 아니라 턱관절 증상 때문이라면 턱 근육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보는 곳에서 맞는 것이 좋습니다.
6. "이가 시려요"로 오시는 분, 이갈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갈이가 심해요, 치료해 주세요" 하고 오지 않으십니다. "이가 너무 시려요"로 오십니다. 보면 치경부 마모증이 있고, 그래서 시린 겁니다. 그러면 제가 먼저 여쭤봅니다. 이를 가시나요? 양치질을 가로로 세게 하시나요? 딱딱한 것을 좋아하시나요? 얼음을 깨 드시나요? 양치 습관처럼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원인이면 고치면 됩니다. 그런데 이갈이는 정신적인 영역이라 내 마음대로 안 됩니다. 그래서 장치 같은 치료로 줄여 가야 합니다.
이갈이가 심한 분은 패인 치아를 떼우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장치 없이 레진으로 떼우면 갈릴 때 치아 목 부분에 힘이 집중돼 도끼로 찍은 것처럼 다 떨어져 나갑니다. 크라운을 씌운 치아도 계속 갈리고, 그게 안 갈리면 맞은편 치아가 갈립니다. 오래 방치하면 치아 높이가 낮아지면서 아래턱이 앞으로 나오는 얼굴이 되기도 하고, 전체 크라운을 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이갈이 원인은 치과에서 제대로 봐야 합니다. 턱관절을 가장 많이 보는 과는 구강내과이고, 그다음이 구강외과입니다. 그런 과가 있는지 모르는 분이 더 많습니다. 모든 치과의사가 이 분야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니, 턱관절 통증까지 있다면 이런 진료를 하는 곳에서 보셔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장치를 주문하기 전에 치과에서 먼저 진단을 받고, 나에게 맞는 처방으로 치료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이바다 원장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