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발치왕 이바다입니다.
"제 사랑니는 뽑을 때 많이 아플까요?"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사랑니를 뽑을 때 힘든 정도는 결국 발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쉽게 빠지는 사랑니는 금방 끝나고 뒤탈도 적은데, 어려운 사랑니는 많이 열고 오래 걸리니까요.
그래서 유튜브 엑스레이 상담소에 사연을 보내 주신 여덟 분의 엑스레이를 놓고 난이도 월드컵을 해 봤습니다. 엑스레이만 보는 게 아니라 나이와 사연까지 같이 봤는데요. 오늘은 그 영상에서 제가 어떤 기준으로 난이도를 매겼는지 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신경관과 붙어 있을수록 어렵습니다

아래 사랑니 뿌리 근처에는 아래턱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관이 지나갑니다. 엑스레이에서 사랑니 뿌리가 이 신경관과 겹쳐 보이면 난이도가 확 올라갑니다. 신경과 가까운 사랑니를 빼면 감각 저하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덟 분 중 가장 어려웠던 분이 바로 이 경우였습니다. 뿌리가 신경관에 그냥 붙어 있었어요. 이런 경우에는 감각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영상에서 "이건 진짜 각서 받고 뽑아야 된다"고 말씀드렸을 정도입니다. 발치를 할 수는 있지만 그 가능성을 사전에 분명하게 설명드리고 시작해야 하는 사랑니입니다.
2. 깊이 묻힐수록 많이 째고 많이 당깁니다

발치 순서 자체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잇몸을 째고, 치아를 쪼개서 꺼냅니다. 그런데 사랑니가 뼈 속 깊이 있으면 쪼개는 과정부터 힘들어집니다. 많이 째고 많이 당겨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입술 쪽이 당기고 헐기도 합니다.
잇몸을 열었을 때 사랑니 머리가 살짝이라도 보이면 그래도 낫습니다. 어떤 분은 열어 봐도 사랑니가 좁쌀만큼밖에 안 보였어요. 그러면 뼈를 먼저 걷어내고, 그 작은 부분을 갈아서 쪼개 가며 빼야 합니다. 영상 끝에 이런 사랑니는 한 시간은 걸릴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날은 그 한 분만 보고 진료를 접어야 할 만큼 에너지가 드는 발치입니다.
3. 난이도는 나이가 1번입니다

엑스레이가 비슷해 보여도 나이가 다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젊을수록 발치가 빨리 끝나고 회복도 좋습니다. 23살 분의 사랑니는 신경관과 가깝게 겹쳐 있었지만, 나이가 어리니 훨씬 수월할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젊은 사람의 최악의 난이도가 나이 많은 분의 보통 난이도보다 낫습니다
제가 영상에서 한 말인데 과장이 아닙니다. 젊은 분은 금방 빼고 후유증도 적습니다. 신경관과 가까운 사랑니라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빼야 감각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결승에 오른 분도 엑스레이만 놓고 보면 다른 분과 막상막하였는데, 54세라는 나이 때문에 우승을 가져가셨습니다.
4. 앞 치아를 갉아먹기 전에 빼야 합니다

사연 중 가장 안타까웠던 분이 있습니다. 예전에 안 아프면 뽑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10년을 버티셨는데, 그사이 사랑니가 바로 앞 어금니를 갉아먹었습니다. 한쪽은 앞 치아가 뿌리 쪽까지 썩어서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우기에도 예후가 좋지 않아 보였어요. 저라도 발치를 권했을 겁니다. 반대쪽 앞 치아도 뒤쪽이 깊게 상해서 크라운을 해도 보통보다 예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비스듬히 누운 사랑니와 앞 치아 사이는 칫솔이 닿지 않습니다. 음식물이 끼고, 충치가 생기고, 뼈까지 녹습니다. 이런 사랑니는 난이도와 상관없이 빼야 하는 사랑니입니다. 애석하지만 더 빨리 뺐어야 했습니다.
5. 어렵다고 다 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난이도는 높은데 안 빼도 되는 사랑니도 있습니다. 뼈에 완전히 덮여 있고 아프지 않은 사랑니, 교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들은 사랑니가 그렇습니다. 이런 사랑니를 억지로 빼면 고생은 크고 감각 이상 가능성도 큽니다.
위 사랑니도 증상이 없으면 대부분 두셔도 됩니다. 다만 지켜보기로 했다면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고 그 주변 양치를 잘하셔야 합니다. 붓고 아픈 증상이 반복되면 그때는 빼시면 됩니다. 뺄지 말지는 엑스레이로 신경관과 깊이, 앞 치아 상태를 보고 정하는 겁니다.
6. 한 번에 다 빼기보다 나눠서 빼기를 권합니다

양쪽 아래를 한 번에 빼고 싶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 번 오면 그 고통을 알게 되니 무섭다는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는 보통 나눠서 빼기를 권합니다. 한 번에 다 빼면 식사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대학병원을 꼭 가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사랑니 발치를 많이 하는 치과에서도 대부분 뽑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신경관에 붙은 어려운 사랑니라면 어디서 빼든 감각 저하 가능성을 미리 명확하게 들으시고 결정하시는 게 맞습니다.
아프냐 안 아프냐는 결국 신경관, 깊이, 그리고 나이에서 갈립니다. 이 중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이 하나뿐이에요. 빼야 하는 사랑니라는 진단을 받으셨다면 미루지 마시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서울 청량리(동대문구)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이바다 원장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