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성추행변호사 [트럼프 2기 1년]③워스하임 “트럼프, 열정적으로 노골적 제국주의 추구…동맹국도 미국 강압 맞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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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워스하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19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1년 외교 정책을 묘사할 단어를 꼽아 달라고 하자 “깡패, 갈취, 광분, 근시안”이라고 답했다. 워스하임은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공동 창립자이며,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202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내일, 세계: 미국 패권의 탄생>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광적으로 노골적인 제국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동맹국들도 미국의 강압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은 ‘힘이 곧 정의’인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공격적으로 군사력을 휘두른 것이 베네수엘라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트럼프는 자신의 행동을 대의명분으로 포장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전임자들이 자유주의 질서 구축을 명분 삼아 일으킨 전쟁이 때로 ‘자유주의적 제국주의’로 변질됐다면 트럼프는 노골적인 제국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장악하려는 이유가 ‘석유’라고 대놓고 말한다.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을 포함한 다른 여러 국가의 주권 영토를 위협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이는 ‘힘의 정치’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음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약소국에 통제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이제는 동맹국조차 미국의 강압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트럼프는 중국이 강압적 행위를 더욱 쉽게 정당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러시아가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에 미국과 서방보다 덜 나쁜 존재로 보이기 위해 넘어야 할 기준을 한층 더 낮춰 놓았다.”
- 트럼프는 이란 핵시설 폭격과 마두로 생포 작전 성공 후 군사력 동원에 효능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한 트럼프가 앞으로 이를 어디까지 휘두를 수 있다고 보는가.
“트럼프는 대담해졌다. 그는 즉각적인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었던 일련의 공격을 명령했지만 아직은 반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첫 번째 임기 마지막 해에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하면서 시작됐다. 두 번째 임기 들어선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고 마두로를 생포했으며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격침하고 시리아와 나이지리아에 공습을 감행했다. 트럼프는 지상군 투입이라는 부담을 피하고 ‘한번 치고 빠지는’ 식의 군사 행동만 취함으로써 자신은 이전 대통령들을 괴롭혔던 수렁에 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점점 더 야심 찬 작전을 명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운이 언젠가 바닥날 것이 우려스럽다.”
- 미국의 그린란드 영토 야욕으로 ‘대서양 동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는 대서양 동맹 분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럽 내부를 갈라놓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각 압박을 계속 강화해간다면 대미 안보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덴마크에 트럼프의 요구에 응할 것을 종용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유럽 국가들은 그러한 선택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유럽은 사실상 두 개의 진영으로 갈라지고 미국이 그중 한 편에 서서 다른 편과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린란드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맺든 나토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유럽국가들은 트럼프 집권기뿐 아니라 향후 다른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더는 미국에 의존한 안보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 미국의 힘은 신뢰할 수 없을뿐더러 언제든 동맹국의 심장을 겨누는 단검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대서양 동맹의 미래에는 여러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10년과 같을 수 없다는 점이다.”
- 수년 동안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의 주요 전략 문서에서 ‘나머지 세계’로 취급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를 최우선순위로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층위를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트럼프 개인, 행정부, 그리고 세계다. 트럼프는 줄곧 미국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이민자·마약 등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것이라고 인식해 왔다. 그러한 세계관은 트럼프를 서반구 이웃 국가들과 충돌하는 궤도로 몰아넣어 왔다. 다만 서반구가 미국의 전략적 최우선순위로 올라선 것은 2기 행정부 들어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는 외교정책의 거의 모든 영역을 두고 경쟁하는 여러 파벌이 존재하는데, 서반구 문제만큼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겹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같은 ‘우월주의자’와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선호하는 ‘절제주의자’는 미국이 자국과 가까운 지역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서반구는 미국이 유럽·아시아에서 지배적 위치를 상실한 상황에서 미국의 힘을 투사할 수 있는 신선한 공간으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약한 상대를 다루는 것을 선호한다. 오늘날 미국은 예전 같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우리의 반구’(서반구)에서만큼은 여전히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트럼프는 고립주의자라고 하기에 너무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도 선언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어떻게 특징짓겠는가.
“트럼프는 결코 고립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세계로부터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부터 무언가를 가져가길 원한다. 트럼프는 (거래주의자라기엔) 비용과 이익을 신중하게 계산하지도 않는다. 그는 항상 사업가라기보다는 쇼맨이었다. 그는 평화협상을 주재하는 동시에 선택적인 군사력 사용을 통해 미국의 힘을 과시하면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자신의 비전을 연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모든 사안에서 ‘미국 우선’을 내세워야 할 인물이지만, 정작 무엇이 미국의 이익인지에 대해서는 일관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적어도 1940~1941년의 이른바 초기 고립주의자들은 미국의 이익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미국이 서반구에서 외부 강대국들을 배제하기만 하면 북미 대륙은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판단은 세계 전체로 보자면 재앙적인 처방이었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이 물려받은 글로벌 차원의 책무와 공약들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 어느 것도 실제로 내려놓지는 않고 있다.”
- NSS에서 중·러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자 강대국 경쟁 시대가 끝나고 세력권 정치 시대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본질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재천명했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각자의 지역에서 세력권을 갖도록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외교정책의 익숙한 위선은 ‘나에게는 세력권을, 하지만 너에게는 안돼!’이다. NSS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어떠한 양보도 제시하지 않는다. 미국이 정한 조건에서 공존을 받아들일 기회만 제시할 뿐이다. 특히 이 문서는 대만이 미국에 전략적·경제적으로 중요하다고 명시하며, ‘제1도련선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가 불필요한 수사로 베이징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보이지만, 미·중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강요하는 것도 러시아에 세력권을 부여해주는 것이라기보다 전쟁을 종식하려는 실용적인 시도로 보인다. 즉, 트럼프는 서반구로 철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힘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대만에 대해 어떤 종류의 거래를 시도하거나 유럽에서 미국의 방위 책임을 줄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수십 년 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군사적 존재감이 더 제한적이고 방위 공약도 줄어든 국가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미국은 최소한 아시아와 서반구에서 여전히 주요 안보 행위자로 남을 것이며, 러시아가 동유럽 대부분을 마음대로 휘젓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NSS에서 북한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10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트럼프에게 북한이 가장 시급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노딜’ 후 북한은 미국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 목록에서 크게 밀려났다. 새로운 NSS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내 판단으로,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거의 받아들인 상태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현실적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를 진전시키기보다는 억제력을 강화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트럼프는 ‘평화의 대통령’이 되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무엇을 내줄 의사가 있는지는 전혀 드러난 바 없다. 김정은의 요구 수준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와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 새 NSS는 미국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안보 부담을 지지 않을 것이며 동맹국들이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히 제1 도련선 방어를 위해 일본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만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게 어떤 전략적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 보는가.
“미국 정부 내에서 한국군이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합류해 중국과 싸워줄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사실 미국이 중국과 싸울지도 알 수 없다. ‘전략적 모호성’은 단지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의 전략이 부재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신 한국은 연합군에 병참 지원과 무기 제공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일부가 대만 방어로 전환되는 동안 한국이 북한 억지 역할을 오롯이 떠맡게 될 것이란 점이다.”
-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불거진 중·일 갈등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대한 강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자제했다. 마치 방관자처럼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침묵은 취약한 무역 휴전 상태인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트럼프의 욕구를 반영한다. 또 미국은 원래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엄격하게 모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처럼 보인 다카이치의 발언을 트럼프가 반기지 않았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서 놓고 볼 때 트럼프는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를 자극할 수 있는 선동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보다 정확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몇 달 후 알게 될 것이다.”
재미 북한 전문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2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별세했다고 가족들이 21일 밝혔다. 향년 87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미국으로 건너간 후 아메리칸대학에서 석사,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1년 조지아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임용돼 한반도 평화 연구와 남북 관계 증진에 평생을 바쳤다. 고인은 조지아대 내 세계문제연구소를 설립했으며, 50여차례 북한을 방문해가며 남북 문제를 연구했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2009년 미국인 기자 북한 억류 사건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각각 중재했다.2015년 퇴임한 고인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에 힘썼다.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의 수렁에서 장기간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12·3 불법계엄은 내란에 해당한다는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어제(21일)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기일에서입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하면서 “12·3 내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에 의한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쿠데타”라고 못 박았습니다. 다음달 열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죄 재판 선고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어제 오후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내란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무겁습니다. 허위공문서작성, 위증 등 대부분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전직 총리의 법정 구속은 처음입니다.
재판부 판단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재판부가 ‘12·3 불법계엄은 내란’이라는 첫 사법 판단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형법은 내란을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재판부는 이번 계엄이 헌법상 의회·정당 제도와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소멸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국헌 문란 목적’을 인정했습니다.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한 것은 ‘폭동’이라고 봤고요.
재판부는 한덕수 전 총리가 내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내란중요임무종사)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전 총리가 “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외형적으로나마 갖추도록”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심의를 건의했다는 겁니다. 한 전 총리는 “계엄을 만류하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모았다”고 주장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한 전 총리는 정족수(11명)를 딱 채울 수 있도록 일부 국무위원만 선택적으로 부르는 일에 관여했고, 국무회의에서 아무런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에게 ‘심의를 마쳤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계엄 관련 서류를 찾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위해 서류를 찾아줬죠.
그뿐 아닙니다. 한덕수 전 총리는 회의가 정당한 것으로 보이도록 국무위원들로부터 서명(부서)을 받으려 했습니다. 경향신문 등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를 하도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동의해 그 실행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이후 절차적 정당성을 꾸며내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사후 계엄선포문’을 만든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도 유죄였습니다. 문제가 될까 봐 문서를 파기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됐고요.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사건 1심 선고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죠. 다만 이 문서를 행사했다는 혐의(허위공문서행사)는 무죄였습니다. 한 전 총리가 지난해 2월20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위증한 것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가 ‘불법계엄=내란’ 판단을 내림으로써 다음달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의 내란죄 1심 선고에서도 중형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이상민 전 장관(다음달 12일 1심 선고) 등 다른 주요 고위공직자들의 내란 관련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고의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책임’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재판부는 “한덕수 전 총리는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런 의무를 외면하고 (내란에) 가담했다”고 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와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 같은 고위공직자들은, 한국 사회의 여러 자원을 활용해 높은 자리에 오른 엘리트들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에게 기회를 준 사회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써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지위에 따르는 당연한 책임이고, 엘리트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염치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의 질서를 지키기는커녕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정 파괴에 부역하기를 선택했습니다.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게 충성’하면서, 계엄 이후 탄생할 절대권력에 빌붙어 마음껏 단물을 누리길 꿈꿨겠죠.
엘리트의 무책임과 욕심으로 한국 사회는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성 계엄’을 당연한 듯 주장하는 사람들, 서울서부지법 폭동처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선거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 등 잘못된 주장과 생각을 양산했다”며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됐고 앞으로도 쉽게 봉합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12·3 계엄이 6시간 만에 빠르게 끝날 수 있었던 것은 맨몸으로 맞선 국민들, 그리고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등에 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엘리트들의 민주주의 인식이 사회 평균보다 한참 떨어지는 상황이 씁쓸합니다. 그리고 그런 엘리트들의 폭주를 막고 사회를 지킨 시민들의 용기가 얼마나 고귀했는지도 새삼 실감합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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